우산살 수리방법
오래 쓴 우산이 하나 있습니다. 우산살 상태는 엉망이지만 여름이든 겨울이든, 이슬비나 장맛비나 항상 들고다니는 회색 우산입니다.
2013년, 타올로 유명한 모 업체로 첫 출장을 갔을 때 회장님께서 선사하신(?) 우산으로, 적당한 크기에 가벼운 무게가 마음에 들어 줄곧 써 오다보니 오늘 출근길에도 함께하고 있습니다.
차를 가지고 다니기 시작한 뒤로부터 항상 함께하는 우산인데요, 그래서 더 오래 쓰고 있는 지도 모르겠습니다.
물론, 차 안에서야 우산 쓸 일이 없다곤 하지만 이동중에는 오히려 더 펼쳤다 접었다를 자주하기에 그만큼 내구성도 많이 떨어진 상태이긴 한데요. 그 때마다 고쳐가며 쓰고 있기에, 그 사이 생긴 다른 우산들은 가만히 쉬고 있는 느낌입니다.
어제 또 우산살을 고정해 주는 플라스틱 부분이 부러져 버렸는데요, 더 좋은 우산들이 트렁크에 대기하고 있지만 손 때와 애정(?)이 가득 묻어난 이 우산을 또 수리해 쓸까 합니다.
이제는 제발 은퇴좀 시켜달라고 울부짖는 소리가 어디서 들린 거 같기도 합니다.
고장 증상
일반적인 우산의 원리는 ‘관절’ 운동과 비슷한데요, 사람도 나이가 들면 뼈와 뼈를 연결해 주는 관절이 약해지기 마련이죠. 이 녀석도 고질적인 부상이 사진 속 부분입니다. 5년 정도는 문제없던 거 같은데 햇수로 9년 째 사용중인 이 우산은 이제 멀쩡한 관절이 별로 없네요.
부러진 플라스틱의 조각을 찾았다면 록타이트를 또 사용했을 겁니다. 치아도 그렇지만, 원래 자기꺼만큼 좋은게 없으니까요.
그러나 항상 찾지는 못합니다. 비교적 조각이 큰 데도, 어디서 끊어졌는 지 알 수가 없습니다.
이 ‘관절’ 부분이 끊어져 우산살이 분리돼 버렸으니 빠르게 인지하지 못한다면 분리된 우산살이 우산 원단을 뚫어버릴 수도 있습니다.
그랬다면 은퇴 시켜줬을 지도 모르겠습니다.
수리도구
사실 수리 도구라고 할 것 도 없습니다. 함석가위 혹은 다용도가위 등으로 불리는 가위(혹은 니퍼) 하나와 철끈 하나 정도만 있으면 수리할 수 있습니다. 철끈은 서류에 구멍을 뚫어 묶어주는 용도로 활용하는데요, 이 마저도 굵은 실이 있다면 필요없겠네요.
우산살 수리과정
아주 매끈하게 수리해 사용하려는 의도가 아닙니다. 전문적이지도 않구요. 그래서 우산살을 연결해 주는 핀은 머리부분을 잘라서 버려줍니다.
머리가 잘려진 이 핀처럼 플라스틱부분도 부러지지 않는 재질이면 이런 고장은 없으려나요. 무게가 더 나가려나요.
참, 이 우산은 카본재질의 우산살로 튼튼하다고, 선사하신 회장님께서 말씀하셨었는데. 가히, 우산살의 문제는 없었습니다.
부러진 부분을 확인해 봅니다. 양 쪽이 모두 끊어지는 경우는 드물었던 거 같습니다.
멀쩡한 상태라면 우산살과 우산살을 플라스틱 관절이 핀에 의해 고정해 주고 있겠죠. 이 형태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묶어주면 될 것 같습니다.
구상
이런식으로, 세 방향이 모두 고정돼도록 철끈으로 묶어주면 됩니다.
철끈의 양 끝부분은 단단하게 힘이 들어가 있어 구멍에 넣기 수월합니다. 우산을 펼쳐놓고 넣어되기 때문에 붙여줄 우산살이 튕겨져 나가는 일이 많습니다. 잘 잡아주고 해야죠.
저도 자꾸 튕겨져 나가는 우산살 덕에, 미리 철끈을 넣어놓고 자리를 잡아줬습니다.
이런식으로 두 우산살을 고정해주던 핀의 역할을 철끈이 대신 할 수 있게 이어줍니다.
고정될 우산살이 나가는 방향을 확인하고, 그 쪽으로 못 가도록 매듭을 이리저리 묶어 매듭을 지어줍니다.
마무리
살짝의 유격은 있어도 괜찮습니다. 임시조치라고 생각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. 철끈 매듭의 시작부만 단단하게 조여줬다면, 이후 매듭의 크기로 우산살이 넘어가는 것을 막아줄 수 있습니다.
묶는 과정을 찍는 것은 어려울 뿐더러, 숫자 8을 그려 이리저리 돌려주다 보면 고정되는 점을 찾을 수 있습니다.
어디가 수리한 부분인 지 모르겠네요… 8개의 우산살 중, 3개만 멀쩡합니다 이제..
마치며
우산살 관절 이어주는 수리에 또(?) 성공했습니다. 맨 처음 부러졌던 플라스틱을 보고, 멀쩡한 우산이 아까워 이 방법 저 방법으로 고쳐봤었는데요. 이후 지금껏 철끈으로 수리를 했지만 단 한 번도 풀리거나 문제가 된 적이 없었음을 보면, 이번에 수리한 다섯 번 째 관절도 제 기능을 잘 발휘할 것 같습니다.
처음엔 아끼는 우산이라기 보다, 첫 출장의 전리품(?)과 같은 이 우산에 자부심 비슷한 감정을 느껴 계속 가지고 다녔었는데,
이제는 직접 수리해서 쓰고 다닐 정도가 돼 버린 이 우산의 남은 세 개의 관절이 부러질 때 까지 은퇴는 없습니다.